2026-10-07 · 한국변호사의 법률 팁 KOR·ENG
한국에서 빚까지 상속받게 되었나요 — 외국인 상속인을 위한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해외에 살고 있는데 한국의 채권자에게서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에 계시던 가족이 돌아가셨고, 그분 앞으로 남은 빚을 상속인인 당신이 갚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장례에도 가지 못했는데 빚 통지부터 받으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외국 국적이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상속인의 눈높이에서, 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두 가지 제도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외국인 의뢰인의 상속·가사 사건을 영어로 도와드리는 변호사 이재원입니다.
왜 외국에 있는 나에게까지 빚이 오는 걸까요
먼저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되는지부터입니다. 국제사법은 상속을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국제사법 제77조). 돌아가신 분이 한국 국적이었다면, 상속인이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디에 살든 한국 민법이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국 민법에서 상속은 재산만 골라 받는 제도가 아닙니다. 상속이 시작되면 재산과 채무가 함께 상속인에게 넘어오고, 정해진 기간 안에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빚까지 포함해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26조). 멀리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구조가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해외의 상속인에게도 채권자의 연락이 닿는 것입니다.
두 가지 선택지 —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빚을 그대로 떠안지 않는 길은 두 갈래이고, 둘 다 가정법원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생깁니다.
상속포기는 상속 자체를 받지 않겠다는 선택입니다.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하고(민법 제1041조), 받아들여지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다루어져 재산도 빚도 넘어오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꼭 기억하실 점이 하나 있는데, 내가 내려놓은 몫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속인, 경우에 따라서는 뒷순위의 친족에게로 옮겨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포기는 혼자 결정할 일이라기보다, 한국과 해외에 흩어져 있는 가족 전체의 그림을 보고 함께 정할 일입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은 받되, 빚은 물려받는 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책임지는 제도입니다. 상속재산의 목록을 붙여 가정법원에 신고합니다(민법 제1030조). 돌아가신 분의 재산 상태를 멀리서 정확히 알기 어려운 해외 상속인에게는, 재산이 많은지 빚이 많은지 불확실할 때를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가 들어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채무의 윤곽이 얼마나 드러나 있는지, 뒤에 어떤 가족이 서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판단의 문제입니다.
기한은 언제까지이고, 언제부터 세나요
기본 기간은 3개월입니다. 상속인은 그 안에 단순승인·한정승인·포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사정이 있으면 가정법원에 기간 연장을 청구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중요한 것은 이 기간의 출발점입니다. 조문은 사망일이 아니라 상속이 시작되었음을 안 날부터 기간을 세도록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계신 분들은 소식을 몇 주, 몇 달 뒤에 듣는 일이 드물지 않은데, 그렇다면 언제 알게 되었는지가 사건의 향방을 가르는 사실이 됩니다. 소식을 접한 날짜를 보여 줄 수 있는 자료를 지금부터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기간이 이미 지난 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위한 장치도 있습니다. 중대한 잘못 없이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나쳤다가 뒤늦게 알게 된 상속인을 위한 길, 이른바 특별한정승인이 같은 조문 안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적용 여부는 사실관계에 크게 좌우되므로, 기한을 넘긴 것 같더라도 포기하기 전에 확인부터 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주의는 결론보다 앞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방향을 정하기 전에는 한국에 있는 고인의 재산을 처분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속재산의 처분은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민법 제1026조), 지금 설명드린 선택지들의 문이 닫혀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도 신청할 수 있나요 — 서류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한국에 직접 들어오지 않아도 절차는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신고는 상속 사건을 관할하는 가정법원 — 통상 고인의 마지막 주소지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 에 하고, 실무에서는 한국 변호사에게 위임장을 주어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쪽은 신고 자체보다 서류입니다. 외국인 상속인은 본인의 신분과 고인과의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고, 외국에서 발급된 서류는 나라에 따라 아포스티유나 영사 확인 같은 인증을 거쳐 한국어 번역과 함께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는 국적과 가족관계의 증명 방법에 따라 달라지므로, 순서는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기한부터 확인하고, 위임장을 먼저 보내고, 서류 수집은 그와 나란히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 글이 다루지 않은 변수들
이 글은 기본 지도입니다. 실제 사안에는 고인이 한국 국적이 아닌 경우(적용되는 법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인의 재산에 이미 손을 댄 사정이 있는 경우, 여러 나라에 흩어진 상속인들의 뜻이 서로 다른 경우, 기한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경우, 그리고 별도의 규칙으로 움직이는 세금 문제처럼, 결론을 바꿀 수 있는 변수들이 있습니다. 채권자의 서류에 답하기 전에도, 그냥 두기 전에도, 사안에 맞는 판단을 상담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 상속 안내 글과 상속포기·한정승인을 한국 독자 눈높이에서 정리한 글이 따로 있으니 함께 보셔도 좋습니다. (게시 시 이 문장에 ㉖ 글·㉝ 글 링크를 걸어 주세요.)
법률사무소 조예 | 변호사 이재원 상담 안내: www.joyelaws.com / 영상으로 보기: 유튜브 lawyer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