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4 · Legal Tips from Korean Lawyers 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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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서 온 출석요구서, 한국인 가족이 쥐고 있는 열쇠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배우자나 가족 앞으로 경찰서의 출석요구서가 도착하면, 그 봉투를 열어 읽는 사람은 대개 한국인 가족입니다. 사건의 당사자는 외국인인데, 절차를 알아보고 움직여야 하는 몫은 가족에게 넘어오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가족이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상당 부분 정합니다.
출발점은 시간입니다. 출석요구서에 적힌 날짜는 협의가 가능한 일정이지, 무조건 따라야 하는 명령이 아닙니다. 통역과 변호인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이고, 준비 없이 서둘러 다녀오는 것이야말로 피해야 할 선택입니다.
조사실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는 통역입니다. 우리 형사절차는 한국어가 서툰 사람의 진술에 통역을 붙이도록 설계되어 있고, 경찰의 실무 규정도 외국인을 조사할 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통역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일상 대화 정도는 되니 괜찮다"며 통역 없이 조사받는 경우입니다. 조서는 한국어로 남고, 서명하는 순간 본인의 진술이 됩니다. 생활 언어와 조서의 언어 사이의 거리는 사건의 결과를 바꿀 만큼 넓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대목도 있습니다. 조사에 변호인이 참여하도록 하는 신청은 본인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법은 배우자와 직계가족, 형제자매에게도 신청 자격을 주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절차를 몰라 움직이지 못할 때, 한국어가 편한 가족이 대신 열 수 있는 문이 마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체포나 구속에 이른 사안이라면 본국 영사기관에 통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 조사 마지막에는 조서를 통역으로 처음부터 확인하고 다르게 적힌 부분은 고쳐 달라고 해야 한다는 점도, 가족이 미리 일러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나 더 보태면, 외국인 사건은 형사절차가 끝나도 체류자격 심사라는 절차가 하나 더 남습니다. 조사 단계의 한 마디가 몇 달 뒤 출입국 심사에서 다시 읽히는 구조이므로, 첫 조사부터 두 절차를 함께 내다보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가족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조사 일정이 확정되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법률사무소 조예 변호사 이재원